명사들의 시선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순! 천년의 이야기 9>
나를 지키는 일
 
양인숙 (아동문학박사)   기사입력  2017/10/01 [10:18]

 

                                <화순! 천년의 이야기 9>

나를 지키는 일

                                                               

▲     © 전남방송

                               옹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이서 망향정

 

사람들은 언제부터 산성을 쌓기 시작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하는 일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다.

다른 지역의 성들은 구경을 가면서도 정작 화순군에 있는 성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어느 해던가? 남편과 둘이 옹성산을 올랐었다. 천혜의 산성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산 아래 다닐 적에는 생각지도 못했다. 오르지 않았다면 거기 유격훈련장이 있다는 것만을 알고 말았을 것이다.

땀 흘리며 올랐기에 옹성산이 품고 있는 철옹산성!을 만날 수 있었다.

부대가 있는 곳을 지나 인가가 있는 길가에 주차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산길로 들어섰다.

남편 역시 와 본적이 없다고 했으니 초행이다.

등산로 1키로 미터

이 푯말에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산길을 걷고 또 걷고, 걷고 이정표가 나와서 보니 횡단 이동또 한 곳은 하강어디로 갈까? 등산 안내를 하는 리본은 하강 쪽이 많았다. 내려가는 곳 아닐까? 했더니 모르니 가보자고 했다. 하강 길을 따라 가니 오르막이 있고, 그런데 웬걸 갈레길이 나왔다.

무작정 리본들이 있는 곳을 따라 가다보니 허걱,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그래, 뭐 한 번 쯤 해보고 싶던 유격 훈련 한번 해보지 뭐

줄을 잡고 바위를 타고 올라가서 부는 바람과 맞섰을 때는 참 시원했다. 군사훈련장이 맞긴 했다.

여기 올라오면 나중에 혼나는 것 아냐? 군사시설에 들어갔다고?”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평일에는 일반인 통제구역이고 토, 일은 등산객이 올라가도 괜찮은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를 통제하지 않았구나.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즐거운 일이야. 가끔 착오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 씩 이런 길을 가, 보는 것이지. 그게 인생일거야.”

아암, 그렇지. 오늘 오길 참 잘했지?”

둘이 주고받는 대화래야 고작 이 정도.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사진 찍어주고 숨을 헉헉 대며 올라갔더니 이번엔 접근금지, 추락 위험이 있으니 접근하지 마시오. 화순군수살금살금 다가가서 아래를 보니 아찔!

다시 길을 찾아 내려오니 차를 멈출 때 만났던 일행과 만났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라 가니 철망의 문이 나오고 탐방로가 나왔다. 어디로 갈지 망설이고 있으니 뒤따라오던 사람이 철망 문이 있는 곳은 자기 시유지란다. 그럼 그리로 가면 등산로가 있냐고 하니 갈 수 있단다.

사유지지만 주인과 함께라면 괜찮지요?”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짧은 구간이지만 다섯 사람이 한참을 올라가니 너와집이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와 검둥이 한 마리가 주인을 보고 반긴다. 민가 주인이 알려주는 길로 접어드니 드디어 정상적인 등산코스를 걷게 되었다.

백년암터로 오르는 길에 오디가 익어 있어서 한줌씩 따 먹었다.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으로 대밭이 있었다. 살던 사람은 떠났지만 죽순은 여전히 그 시절 그 모양으로 나오고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그랬는지 죽순을 잘라 껍질을 벗겨간 흔적이 있다.

 

▲     © 전남방송

백련암 터

 

백년암터에 도착을 해서 보니 지금도 기도를 하는 사람이 있는 듯 향을 피울 수 있게 되어 있고 초도 있고 관리를 하는지 삽이며 청소 도구가 정리되어 있었다. 약수터인 듯 물이 조금 있기는 한데 흐르는 물이 아니라 먹을 수는 없었다. 향을 하나 피우고 동전이라도 찾았지만 우리 수중에는 동전 한 푼 없었다.

 

삼배를 하며 지금은 동전하나도 없으니 좋은 글로 쓰겠습니다.’ 중얼거리고 쌍문으로 향했다. 철옹성! 쌍문바위를 둘러보던 우리는 철옹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가다고 말했다.

 

▲     © 전남방송

                 쌍문바위 근처                  쌍문바위           바위성을 지키는 나무

 

 

쌍문바위를 돌아 철옹성을 오르고 나니 또 길은 그렇게 끊긴 듯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돼?”

 

올려다보니 남편은 벌써 길을 찾아 놓고 올라오라고 했다. 나무그늘이 아니면 오후 햇발이 대단히 뜨거운 그런 날씨다. 바람에 땀방울을 날리며 정상으로 가는 오솔길을 걷다가 마주보게 된 천남성,

 

▲     © 전남방송

                 천남성                                                       천남성 꽃

 

 

쌍문바위를 돌아 철옹성을 오르고 나니 또 길은 그렇게 끊긴 듯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돼?”

 

올려다보니 남편은 벌써 길을 찾아 놓고 올라오라고 했다. 나무그늘이 아니면 오후 햇발이 대단히 뜨거운 그런 날씨다. 바람에 땀방울을 날리며 정상으로 가는 오솔길을 걷다가 마주보게 된 천남성,

 

 

▲     © 전남방송

                    노루목 적벽위에 서서 멀리 무등산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마치 별꽃의 꽃술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망향정에서 노루목 적벽을 바라보며 그 위로 펼쳐진 옹성산을 가보고자 마음먹은 지가 3년여,

 

망향정과 망미정을 그렇게 고즈넉하게 물 건너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반대편에서 서로 바라본다는 것,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그렇게 멀리 보이는 무등산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품에 안고 쌍두봉을 향해 내려온다.

 

등산로인 듯 오다가 보게 된 산성터, 옹성산성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     © 전남방송

   옹성산성 부분                           산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철옹산성

 

옛날, 그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을 지키며 지역을 지키며 나라를 이루고 살았을 것이다.

조금 더 걸어 내려오니 얼마 전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듯 돌배나무, 은행나무, 뽕나무가 너우러져(넓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 있다. 개망초 역시 볕에 계란 부침이를 한 듯 피어있다. 그냥 길을 따라 내려오니 쌍두봉에 다 달았다.

옹암바위를 보고가자고 하여 올라갔더니 상당히 가파르며 험했다. 내려가는 길은 보이지 않고 완전 바위 절벽 위에 서게 되었다. 옹암바위를 보고자 오른 봉우리에서 멀리 보이는 백아산 하늘다리를 보고 반가웠다. 우리는 작년 언제였던가? 시골에서 오는 길에 느닷없이 산에 갈까?’ ‘그럴까.’ 해서 오른 곳이 백아산 하늘다리였다. 멀리서 바라본다는 것, 옛 친구를 만난 듯하다.

근데 옹암바위는 어디 갔어?”

몰라.”

부처손이 기우제를 지내는 듯 잎을 오그려 합장하고 있는 바위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뭐 둘이 다 모르니 그냥 내려올 수밖에, 올라갔던 봉우리를 다시 내려와 주차장으로 행했다. 내려오는 가파른 길은 방부목 계단으로 되어 있어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산을 다 내려와 민가가 있는 곳까지 왔을 때였다.

저 바위 참 멋있네.”

그러게, 사진 찍어 둘까?”

그 바위가 옹암바위라는 사실은 사진을 정리하면서야 알았다.

옹암바위 위에서 바위를 찾았으니 당연히 내가 옹암바위를 딛고 서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     © 전남방송

 

스스로 위라고 생각해 본적 없지만 위에서는 내가 무엇을 밟고 섰는지, 내가 무엇을 뭉개고 사는지 모른다. 그래서 무엇을 잘못하는지 모르기에 진정한 나를 찾아가기가 힘들다.

 

아무 계획도, 준비도 없이 갔다가 옹성산을 제대로 한 바퀴 돌고 오게 되었다.

 

화순에는 천혜의 산성이 다섯이나 있다. 존재하지만 개발에 밀려 숨어든 산성들. 오늘 가본 옹성산성, 춘양면의 예성산성, 능주와 도곡 사이에 있는 비봉산성, 한천에 있는 금오산성, 화순읍을 지키던 오성산성 등 그 역사적 가치를 바위 속에 새기고 지금도 단단하게 때론 바위틈에 꽃 한 송이 피우며 거기 그렇게 존재한다.

 

진정한 나를 지키는 일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조용하게, 꽃처럼 예쁘게 사는 일이지 않을까. 여기며

 

▲     © 전남방송

                                              피나물 꽃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10/01 [10:18]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