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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천년의 이야기 7>
 
아동문학박사 양인숙   기사입력  2017/07/11 [09:59]

 

태어날 수 있는 확률

 

양인숙(아동문학박사)

 

불교에서는 윤회설을 말한다. 자연에 속한 모든 생명이 나고 죽음을 반복하면서 그 모양을 변하여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한 생명이 한번 받은 목숨을 유지하다가 죽는다는 것은 곧 몸을 바꾸어 태어나는데, 살았을 때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더 좋은 몸을 받기도 하고 더 험하고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몸을 받기도 한단다. 그러면 인간의 몸을 받는 어떤 확률이 적용일까?

 

어느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인간의 몸을 받는다는 것은 겨자씨를 땅에 두고 하늘에서 바늘을 던져 그 바늘이 겨자씨를 관통하는 것과 같은 확률이란다. 인간의 몸을 받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이 넓은 지구상, 숫자로 적을 수 없는 수많은 생명 중, 겨자씨를 관통하는 확률에 의해 인간의 몸을 받고 태어났다. 그런데 그 어떠한 인연으로 한국에 태어났을까?

지구상에는 비독립국을 포함해서 242개의 국가가 있고 국가가 없는 땅에도, 아니 물이 없는 사막 모래 속에도 생명이 존재한다. 그런데 많은 국가, 지역 다 두고 유일하게 분단국인 한국에 태어났다. 한국 땅에서도 화순 땅에 태어났다. 이 귀한 존재가 이 땅의 천년의 이야기를 쓴다는 인연 하나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과한 생각일까?

 

정말 오랜만에 시누이와 시간이 맞아 드라이브를 즐기며 느닷없는 생각을 하다가 들어 선 곳이 유마사다.

 

유마사는 처음 길은 아니다. 차를 처음 운전하게 되었을 때, 내가 안전하게 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태우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고야 이제는 내 가족을 태워도 안전하겠다 싶었을 때 아이들과 들어갔던 곳이 유마사였다. 아마도 1993년쯤이었을 것이다. 절로 들어가는 문(지금 보안당 쪽문의 크기)이 다섯 개의 계단 위에 아주 작고 아담했던 기억. 그 작은 문이 마치 극락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고즈넉했다.

 

▲   유마사 일주문  © 전남방송

 

길을 따라 들어오다 보니 산문이 있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차를 돌려 나왔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자세하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안타까운 전설이 있는 곳이라고만 했다. 그렇지. 절이라면 전설 하나쯤은 있겠지. 절의 역사에 대해서도 물론 알아보려 하지 않았으니까

 

가끔 한번 씩 여름이면 계곡 시원한 곳을 찾아 물놀이를 하는데 그 때는 유마사계곡에서 논다고 하였다. 그곳 위에 보안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때였다.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데 나야 운전해야 하니 술도 못 마시고 카드놀이는 아예 못하니 물속에 빠진 구름을 잡거나, 다슬기가 유영 하는 것을 즐기거나 혼자 슬슬 걸어 산책을 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혼자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가 만난 돌다리,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 큰 돌을 어떻게 운반하여 여기에 놓았을까?

 

 

▲     보안교 ©전남방송

 

사람들이 계곡 센 물살에 발을 젖지 않고 절로 들어오게 놓았을 것이다. 저 보안교를 놓을 당시 장정들 몇이 나서도 못 들고 오자 보안이 치마로 번쩍 들어다 놓았다는 전설을 읽은 것은 인터넷이 발달한 뒤였다. 보안교와 해탈문을 지나 올라가면 아담하고 예쁜 부도가 하나 나오는데 혜련선사부도다.

 

혜련선사가 누구였는지? 세월의 어느 계단에 여기 머물렀는지? 아는 것이 없다. 안내문에는 단지 도굴을 당한 부도부분들이 여기저기 나돌고 있어 맞추어 세웠는데 그 돌에 새겨진 글자가 혜련승탑이라는 문구가 있어 혜련승탑이라 하고 1992년에 보물 1116호로 지정되어 전하고 있을 따름이다.

 

문짝모양의 장식으로 되어 있으며 상륜은 부재도 남아 있지 않다. 각 부의 조각과 조성양식으로 보아 고려 전기의 작품으로 추정될 뿐이란다.

 

▲     문비형장식을 하고 있는 혜련선사 부도탑 © 전남방송

 

이때까지만 해도 달을 건진 보안보살의 법력이나 전설을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당연히 제월천을 볼 수 없었다.


내가 제월천을 찾아 나선 것은 2012년 무렵이다. 동복댐으로 인하여 생겨난 망향정을 들어갔을 때다. 망향정에서 노루목 적벽을 바라보며 망미정을 향해 내려가다 보면 탑이 하나 나오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다. 무자탑이었다. 탑의 형태로 보아서는 제법 큰데. 무슨 사연일까?
당시 같이 동행했던 화순문화원장님께 여쭈었더니 ‘보안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유마사를 창건한 유마운의 딸 보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에 보안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절은 사라지고 탑만 남았다.

 

    © 전남방송

 

 

 

 

 

 

 

 

 

 

 

 

 

 

 

 

여기에 보안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절은 사라지고 탑만 남았다.

 

보안이 전생의 연인을 득도시키고 연꽃으로 화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얼마나 마음을 수행해야 연인을 득도시킬까? 내 마음 하나 바로잡기도 힘든데. 그날부터 시간 날 때마다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치마로 바위를 들어 다리를 놓은 보안은 누구인가, 제월천은 어디에 있는가, 유마운은 어떤 사람인가, 유마사의 창건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결과는 간단했다.

 

요동태수를 지낸 유마운이 나이 50이 넘어 딸 하나 얻었는데 어머니는 아기를 낳자마자 죽고 보안은 태어난지 이틀 만에 말을 하고? 신화에서 보이는 틀에 따른 신비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사실 여부를 따질 자료나 근거가 없으니 그냥 그 말을 믿고 상상을 할 수 밖에. 보안 7세에 유마운의 친구 진성주가 죽었는데 조문을 가시거든 관을 열어보라고 했다는 것과 지붕 몇 번째 기와를 떠들어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는 것, 딸의 말이 기이하여 가왓장을 떠들어보니 황구렁이가 있었다는 것, 질겁하여 집으로 돌아와 보안에게 말을 하니 아버지는 그보다 더한 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버지는 흑구렁이가 되어 가시밭을 헤매이는 벌을 받을 것이라는 것,

 

아버지를 설득하여 요동에서의 모든 것을 놓고 홀홀 딸과 함께 요동을 떠나와서 나복산(공민왕이 그의 모후를 모시고 피난을 오기 전까지는 나복산이라 했다 함.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한 곳이라 해서 이름을 모후산으로 바꾸었다고 함 )아래 거처를 마련하고 깔데기를 만들어 팔고 산약초를 팔아 연명을 하던 중 사냥을 나온 지방관을 만나 도움을 받아서 절을 만들었다는 것, 날로 절은 커졌고 사람이 많아졌음. 보안의 나이 16세 무렵 아버지가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보안을 연모하던 응일이 보안을 품으려하자 달을 건지게 되고 달을 못 건지고도 마음을 풀지 않자 법당으로 데려가 탱화를 깔고 옷을 벗기라 하자 어찌 탱화 위에서망설이니 보안이 일갈을 한다. “눈에 보이는 부처만 부처인줄 아느냐?” 탱화를 들어 던지자 연꽃으로 화했고 보안은 연꽃을 타고 날아갔다는 것. 여기까지가 내가 찾아 읽은 수많은 글의 요지였다.

 

글쟁이가 글감이 있는데 글을 안 쓴다면 그 또한 안 될 일이었다. 보안보살은 나에게 달을 건진 소녀(2015년 발간, 2016년 세종우수도서선정)를 쓰게 한 인물이었다. 그러고 제월천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책에 제월천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유마사를 틈 날 때마다 검색하고 대웅전에 앉아 부처님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했다 그때마다 스님은 만날 수가 없었다.

 

2015년 책은 만들어야겠고 시간은 안 되어 그날은 작정을 하고 유마사를 찾았다. 아래 요사채로 가서 스님을 찾았으나 주지스님은 안 계시고 젊은 학승이 한분 나오셨다. 제월천을 사진 찍고 싶어 왔다고 했더니 즐거이 안내를 해 주셨다. 드이어 찾아 찍은 제월천

 

참 어렵게 만난 샘이다.

 

그해 11월 초 나는 미국으로 가야했다. 외손녀 서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10월말까지 출판을 완료하고 나가기 전, 마지막 수업을 하고 오던 길에 유마사를 들러 법당 보안보살님 앞에 책을 몇 권 놓고는 나온 뒤로 갈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7, 이야기를 쓰기 위해 유마사를 찾았다.

 

▲    극락으로 가는 계단 ©전남방송

 

땀을 흘리며 이 계단을 오르니 자란이 환히 반긴다.

 

▲    자란  © 전남방송

 이 꽃 또한 무구한 세월, 목숨을 이어오는 중일까? 그 모양 그 빛깔 그 향기로 때가 되면 저리 예쁘게 자라는 식물의 생명력에 늘 감탄한다.

 

▲    유마사 대웅전으로 쓰이고 있는 관음전 © 전남방송

 

관음전에 들러 삼배를 하고 나오며 기와에 이름을 쓴다. 복을 쌓는 일은 인연의 씨앗을 심는 거란 스님의 말씀. 기와 한 장을 기부를 하면 기와 한 장 넓이만큼 인연의 복을 짓는다고 한다. 이 기와 한 장이 모여 수많은 사람들의 비바람 추위를 막아준다니, 작은 인연이 모여 큰 사랑을 만드는 것이다.
조용한 절 마당에 수련이 곱게 피어있다.

▲    채로 달을 건졌다는  재월천 © 전남방송


꽃이 피어있는 담장을 따라 내려오면 보안당이 있다. 제월천은 이 보안당 안에 있는데 대문을 닫아두기 때문에 모르고 오면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 제월천에는 지금도 보름날 자정이면 정확히 샘에 달이 잠긴다고 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신비로울까? 달은 천 년 전에도 지금도 그 날자 그 시간이 되면 제월천에 찾아들 것이다. 달이 잠긴 모습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고 나오다가 목장승을 만났다. 얼핏 놓치기 쉬운 자리에 눈을 부릅뜨고 문을 지키고 있었다.

 

▲    ©전남방송

 

 

 

 

 

 

 

 

 

 

 

 

 

보안당을 지키고 있는 목장승

 

그래, 보름달이 뜨는 날 올 것이냐? 내가 봤을 때 네가 찾아 올 확률은 0.1%이다마는 난 그 0.1%을 믿어 볼 것이다. 믿어도 되겠느냐?’

 

그거야 믿고 안 믿고는 장승님 맘이고 보름날 달이 담긴 제월천을 꼭 한번 보고 싶다.

 

숫자로 계산 되지 않은 확률로 인간의 몸을 받고 화순 땅에 태어나 부처님을 알고 사는 것만도 참 다행한 일이다. 더 다행한 일은 마음먹은 일을 천천히 느긋하게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믿음이다. 믿음이란 사람의 말에서 오는 것이니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말고 참 복을 짓는 말을 하며 살 일이다. 내 입이다 내 몸이다,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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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11 [09:59]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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