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들의 시선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순! 천년의 이야기 3> - 양인숙 아동문학박사
- 어디쯤에서 -
 
양인숙 아동문학박사   기사입력  2017/03/05 [12:43]

 

 

<화순! 천년의 이야기 3>

어디쯤에서

양인숙(아동문학박사)

▲   거북바위 5층석탑  © 전남방송


 

구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구름은 무엇을 보고 다니는 것일까?

 

참 신비롭다. 가끔은 손오공이 되고 싶다. 구름을 타고 있으면 지구가 돌면서 곳곳을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보고 싶은 것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돈이 없어도, 여권 없이도 시간 필요 없이 어느 때라도 위에서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에 있는 아이들도, 영국에 있는 아이들도 몽골에 있는 아이들도 다 만나고 올 수 있지 않을까? 꿈같은 생각을 해 본다.

 

꿈꾸듯 하늘 바라보면 흰구름 참 이쁘다. 오늘도 ‘저 구름 저녁 때 쯤이면 내 이쁜 아이가 눈 비비며 일어나 보겠구나’ 문득 그리워지는 얼굴. 눈물이 난다.

 

그렇게 구름의 움직임을 살피다 보면 언제쯤 비가 내릴 지도 알았던 옛 선인들의 지혜 역시 놀랍다.

 

지독한 가뭄에 물을 뿜어 올리다가 잠시 풀밭에 누워 허리 쉼을 하던 농부가 말했다.

 

“하이고, 물 그만 뿜어도 되것다.”

 

줄을 마주잡아 주어야 물을 뿜어 올릴 수 있어 함께 하던 부인이 말했다.

 

“하이고 뭘 보고 그러시오? 일하기 싫으니 별 소릴 다하는구만. 논에 물줄기 이제 뻗기 시작했구만”

 

“이틀 있으면 비가 올 테니 운주사 와불에 가서 기도나 하시구랴.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고”

 

맑은 하늘에 떠가던 하얀 구름이 하늘 속으로 사들사들 먹혀들어가 사라지면 사흘 안에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천기의 흐름을 알았던 것이리라.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천불산에 있는 운주사(雲住寺) 구름이 사는 절. 운주사에는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참 많다. 그것도 유독 민초들의 소원이 깃든 전설이다.

 

마고할미가 하루 밤에 천불천탑을 다 만들고자 마지막 큰 돌을 가져와 마무리를 하려다가 너무 무거워 보성재에서 잠깐 쉬는데 닭이 울어 못 가고 그대로 남아 있다는 핑매바위. 와불에 지극정성으로 기도하고 석불의 코를 떼어다 삶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와불 아래 있는 일곱 개의 동그란 돌이 북두칠성 모양인데 그 돌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를 하면 아들을 얻는다. 와불이 일어나면 개벽천지가 될 것이다. 더구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탑 하나. 많은 돌부처가 발이 없는데 귀여운 발을 쏙 내밀고 어색스럽게 웃고 있는 애기 돌부처의 발을 보고 썼던 동시 한편

 

▲  시침떼기 애기 석불   © 전남방송

 

시침 떼기

 

운주사 뒷산에서

 

달덩이로 축구를 하다가

 

새벽 종소리에

 

화들짝 놀라

 

발 감출 사이도 없이

 

- 밤새도록 안 놀았다!

 

시침 떼고 서 있는 아기불상처럼

 

늦게 온다던 아빠가 일찍 오신 날,

 

TV조절기 들고 공부방에서 나오며

 

- 아빠 저 안 놀았어요.

 

<양인숙 『뒤뚱두뚱 노란신호등』에 실림>

 

예전 논둑에 밭둑에 있던 불상을 찾아다니던 때가 그립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연화탑과 굴미륵석불, 보물 제796호인 9층석탑, 보물 제 797호인 석조불감, 보물 제798호인 원형다층석탑, 부부 와불(臥佛) 마애불 등,

 

 

▲ 아래 세상을 굽어보며 오늘도 기도 하고 있는 마애불.     © 전남방송

 

마고할미는 그렇다 치고 도선국사는 무슨 꿈을 꾸며 이 석탑 석불을 조성했을까? 진짜 도력으로 하루 밤에 다 만들어 낸 것일까? 꼬리를 무는 의문이지만 나름대로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문자가 없던 시절, 글자 모르는 민초들에게 불탑과 불상을 만들어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다행이 그때 돌로 만들어 두었기에 우리는 쉽게 오가며 소박한 희망을 품으며 나름대로 마음을 표현한다.

 

풍경을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  손끝으로 세운 운주사 와불  © 전남방송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운주사의 불탑과 불상들. 꾸미지 않은 밋밋한 듯 웅장한 불상 때문일까? 유난히 민초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소설가가 다녀가면 장길산 같은 인물이 되어 소설 속에 등장하고 시인이 다녀가면 가슴에 풍경을 달아 은은한 사랑을 전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드라마 [추노]에서도 운주사가 배경이었다 하니 와불의 힘이 대단하다.

 

산 위에 편히 누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와불 부부. 그 아래 북두칠성 모양으로 놓여 있는 칠성바위, 운주사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공사바위 등.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유독 눈길이 가는 것은 둥근 호빵모양을 한 탑과 동냥치탑이다. 어찌 돌을 그리 둥글게 다듬었을까?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그리 둥글지 않았을까? 구층탑의 네모와 둥근 탑의 동그라미, 다듬지 않은 동냥치 탑 등. 특히 동냥치탑은 돌을 다듬지 않고 바위 생긴 모양 그대로 탑을 만들어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다. 그 탑이 생겨난 연유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하루 밤에 천불천탑을 목표로 하고 건설을 하다가 다듬을 시간이 부족하여 급하게 마무리 하느라 후다닥 올린 탑은 아닐까?

 

▲ 동냥치 탑 아래로 석불이 합장 기도한다.     © 전남방송

 

탑도 탑이려니와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상들의 표정 또한 각각이 재미있다. 누가 언제 여기서 어떻게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는 그저 전설로 전할 뿐.

 

운주사는 여느 절이나 다름없이 사람들이 오가고 대웅전도 커지고 규모도 커지고 지금은 들어가는 입구에 탑보다 몇 십 배 커 보이는 박물관도 건립되어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반응일까? 개혁이 두려운 것일까?

 

    누워 볼거나/ 양인숙

 

    와불님 곁

 

    나뭇가지에

 

    눈이, 귀가 쫑긋 거린다

 

    머물고 간

 

    풍경소리 퍼지듯

 

    잎으로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봄바람에 향기

 

    살짝 스치는 날

 

    나도 와불님 곁에

 

    누워 볼거나.

 

시는 모방에서 출발 한다고 했던가? 정호승님의 「풍경을 달다」를 보다가 나도 한번 써 봐야 겠다 생각하고 쓰고 보니 살짝 닮은 듯도 하다. 혹여 보는 이가 표절이라 여길까 밝혀 둘 뿐.

 

봄은 어디쯤에 있다가 오는 것인지, 쑥이 돋아나는 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매화꽃이 합장하며 반긴다.

 

어둠도, 추위도 우리는 잘 이겨 낼 것이라고, 잘 이겨냈다고, 이겨 내는 자만이 미래를 가꿀 수 있다고.

 

나도 와불님 곁에 누워서 눈 귀 쫑긋거리며 풍경소리 들어 본다.

 

천년을 오고갔을 봄이, 우리들의 봄이 어디 쯤 오고 있는지. 꽃들도 합장하고 기다린다.

 

▲   桃花도  해를 향해 합장고 있다.© 전남방송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3/05 [12:43]  최종편집: ⓒ 전남방송
 
정현택 17/03/05 [17:43] 수정 삭제  
  아~ 臥佛 바람 이는 운주사 풍경소리 그윽한 그리움 하나 불러온다, 운주사에 가면 기다리는 임이 당신 뿐이여서 번민 안고 서있다, 禁斷의 벽을 넘어서야 그대에게 갈수 있음이니 그저 세월만 떠밀고, 아~기다리다 돌아선 세월 천년이 지났구나, 이제 당신 께어나서 나를 품어주면 어쩌겠는가, 그리워 하다 목이 메이면 마애불상 아래 감로수 한바가지에 내 설움 풀어 놓리라.
스침 17/03/06 [00:23] 수정 삭제  
  30년 전 대학때 장길산 속의 운주사는 신비롭고 가슴 아팠다. 확인코져 동아리 회원들을 꼬여 운주사로 지금으로 치면 번개모임을 하였다. 20여명이 와불을 보며 경이로워 "우와" 하는 감탄사만 내내 쏟아낼 뿐 더 이상 말을 못했다. 그 때에는 와불의 크기에 입이 쩍 벌어졌고 와불의 전설에 턱뼈가 멈춰버렸고 장길산의 아픔이 열정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다. 지금은 양인숙 박사님의 따뜻한 운주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스쳐 가는 모든 걸 놓치지 않고 시심과 것도 맑은 눈을 가진 자만이 내 놓을 수 있는 동시로까지 만날 수 있어서 더 좋다
스침 17/03/06 [00:32] 수정 삭제  
  시로 만난 풍경 소리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박사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애기석불"을 보고 귀여운 동시 한편이 뒹굴거려 참 좋습니다

덕분에 박사님!

스쳐갈 뻔한 애기석불의 맨발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털신 한 켤레 가져갈 것을~~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