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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유효한거야
김선순의 월요시선
 
김정현 기자   기사입력  2016/11/21 [10:12]

 아직 유효한거야 

                 김선순

 

생에 한 번쯤
꽃피울 날이 온다하지
여전히 태양은 동쪽으로 떠 올라
서쪽으로 지고 어제와 같은 세상속
윤회같은 오늘을 살고 있는걸 보면
생을 꽃피울 그 날은 아직인 거야

 

운명을 바꿀수도 있는 그날에
하필 부재중여서
혹여라도 그냥 지나친 건 아니겠지
중요한 소식일 수록
우체부의 벨은 여러번 울리고
확인 싸인까지 받아 가잖아

 

때론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도
꽃진자리 열매 맺고
뜨거운 뙤약볕이
가을날의 결실로 스미기를 기도하며
그날이 올거란 희망으로 살지
언젠가 만발히 피울
그날을 기다리며 사는거야

 

간절한 기다림일 수록 더디 오고
더디 온 기다림일 수록 기쁨은 배가 된다네
생에 봄날은 아직인 거야
하여 그날이 올거란 희망도
여전히 유효한 거지ᆢ

 

<역전앞 그여자>

 

가끔은 충전이 필요하다고
일주에 한 번씩이라도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책 냄새를 맡기
인근의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하기를
나 자신과 약속했었다

 

솔찍히 말해 책을 사는것 보다는
새로 나온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한 두 시간씩 훔쳐보러 간다는게 솔찍한 고백일것이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로
찔리는 양심에 위안을 삼으며
역사 7층에 있는 서점을 향해 발걸을 옮겼다

 

그곳을 향할때 마다 보는 풍경하나
육중한 역전을 떠받친 기둥옆에
빛바랜 낡은 트렁크를 기둥에 기대어 놓고
허름한 에코백을 어깨에 걸치고
떠날 준비로 완전무장한 그여자는
오지 않을 누군가를 무작정 기다리며
역전앞을 서성인다

 

그 여자는 지난번에 봤던 모습 그대로
허름한 청바지에 계절에 맞지 않은
얇은 셔츠를 입고 낡아진지 오래임이 분명한 검정 스니커즈를 신고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초조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었다

 

오래전 시골동네에
꼭 한명씩 있던 꽃꽂은 여자...
흐린날이면 유난히 더 성해져 온동네를
웃음 흘리며 쏘나니던 여자...

 

어제도 그제도 역전앞 그 여자는
그자리를 그렇게 맴돌았을 것이다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는 외모
노르스름한 검은 피부에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긴머리는 하나로 묶었다
노숙하는 거리의 여자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그래도 말끔한 편이다

 

무덤덤한 표정에 어깨를 움츠리고
팔짱을 낀 그여자는
쉼없이 누굴 찾는 건지
오랜시간 누굴 기다리는 건지
간혹 허공을 바라보는 멍한 시선이
끝없이 텅 비어 그저 공허해 보인다
언듯 다 읽어내지 못한 그여자의 눈빛에서
알수 없는 슬픔이...,
떠날 준비로 단단히 무장한 그 여자가
맑은 정신을 내보내고 하루 온종일
그곳을 서성이는 내력이 궁금해지는 순간

 

드르륵 핸드폰 진동소리
"친구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 문자가 떴다"
아 이런~!!
우리 나이를 비춰 볼때 아직은 너무나 젊고
싱싱한 꽃같을 거라 생각하니 딸을 먼저 보내고 가슴아플 친구 맘이 오버랩돼 가슴 시려온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으로 우울했다
흰눈이라도 펑펑내려주길 간절했던 마음이
문득 가슴아플 친구와 역전앞 그 여자가 떠올라 바라던 소원을 접어두기로 하고 가던길을 갔지만 집에돌아와 이 시간까지 역전앞 그여자 모습에 맘이 게운치 않다

 

사는게 참 덧없다.

 

▲     ©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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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21 [10:12]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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