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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시인 『몽주루의 굽은 길 』 시집 출간
피안의 세계를 내포한 공간대로 생명의 근원이자 동경의 세계를 향한 통로와 잇닿아 우주로 흘러가는 무한의 바다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2/12/04 [17:59]
▲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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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시집 '몽주루의 굽은 길' (상단) . 이광희 시인 (하단)

 

 

몽주루(Montgeroult)는 파리 북쪽에 자리한 프랑스 중 부지역이다. 한편 폴 세잔(Paul Cezanne)의 1898년 회화작품인 「몽주루의 굽은 길(Turning Road at Montgeroult)을 대하면 일순간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얻는 다이돌핀(didorphin)효능을 접할 것이기에 이 같은 계기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또 한편 그 자신이 피안의 세계를 내포한 공간대로 생명의 근원이자 동경의 세계를 향항 통로와 잇닿아 우주로 흘러가는 무한의 바다를 비중 있게 형상화한 시편에서 '바다는 바다로 남으려고

몸에 소금까지 뿌리며 슬픔을 양육한다'와 같이 "살아남으라고 보낸/ 바다의 앙금,/사시사철 몸 안팎을 헤집어/ 소금꽃으로 피워낸다(우가포)"를 포함해 '바다의 언어'가 푸르다는 <수평의 평정심>도 그렇지만 표제 시인<몽주루의 굽은 길>에서 시적 상상력이 확장된 언어의 그물망은 한층 더 이채롭다.- 엄창섭(카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월간 모던포엠 주간)

 

 

몽주루의 굽은 길

 

 

유독 다지면서 무주고혼 無主孤魂

다듬어지는 돌멩이들

눈물 없이 보낸 성형의 파편들

산줄기 물줄기 떠밀려 왔으리

 

물안개 자주 끼는 염포 하구

모난 것은 모난 것끼리

서로 정釘이 되어 웅그러진 상처

칭얼거리며 무디어져 왔으리

 

알아서 구르고 흐른 놈들은 밑으로

양손의 지문을 깎은 놈들은 위로

그대들의 궁색한 생존법,

그 삐딱한 진실의 모서리를 깎아내며

제각각 노을 방향으로 엎드린 길 내어 왔으리

 

공중에 매달린 틸란드시아처럼

붙박일 곳 없는 익명의 길에서

고단한 나무의 졸음을 상상하는,

내 안의 1인실 문을 열고 나오는 폴 세잔

 

인생을 홑이불처럼 깔고 갠 구름이

산 벼랑에 예고 없이 또 잠자리를 깔 때

한순간 실족해 굴러 떨어진

그 돌멩이들의 사연까진 알 수 없으나

 

루즈한 붓끝에 쓸려가는 하구는

겹겹의 은빛 윤슬이 등허리 펴는 슘페터의 자리

원근법 遠近法 이 우울한 수평으로 일렁이는

몽주루의 굽은 길.

 

          - '몽주루의 굽은 길' 표제시

 

돋보기

 

하루가 수척하게 지나갑니다

사선의 현장을 뚫고 지나갑니다

한 줄로 기어 다니는 누에가

마지막 저녁상을 물리고 갓 펼친

책장 위로 가물거리며 지나갑니다

오래전 등 돌린 사람들 뒷모습같이

차갑게 빛을 잃어가는 초첨을 향해 

뿌연 입김을 문 헝겊이 지나갑니다

더러운 지문을 닦아내고 교감하는

볼록 굵어진 가슴의 유선을 따라

쪼르르 활자들이 초점을 안고 일어서고

망막 속으로 투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아이들은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저 빛을 모으고

종이 태우는 일에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먼 곳이 더 잘 보이는 어른들은

원형의 테두리 안에서 줄곧 씨름합니다

뻑뻑하게 닫힌 마음 창을 열면

약한 바람에도 감전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곤 두툼한 원형 유리 침대에 드러누워

벌떡 일어서는 글자에게 눈웃음 짓습니다

돋보기 초점이 올록볼록 흝어지는 긴 문장,

초점을 맞추면 잃었던 옛 고향길도 찾아냅니다

누에 발자국에 깔린 낱말이 번쩍 눈을 뜨고

이내 문장을 번식한 나비가 되살아납니다

동그란 뜰채로 각 잡힌 문장을 걷어 올립니다

지면의 바닥에 깔려 희미하던 세상은

곧잘 일어나 고요하게 손을 흔듭니다

환한 세상의 초점이 돋보이기 시작합니다.

 

            - '몽주루의 굽은 길'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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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2/04 [17:59]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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