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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 문학평론가 '상상력을 확장하는 새로움의 탐색'
김인선/ 페미니스트를 위하여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8/20 [15:39]
▲     © 전남방송

<김부회 프로필 > 시인이며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김포신문, 대구 신문 시전문해설 위원으로 동신문에 매주 기고 중이다. 또한 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 계간 문예바다 부주간, 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주간으로 중앙문단 활동 중.

2014 시집으로 '시, 답지 않은 소리' 출간

2019 평론집으로 ' 詩는 물이다' 출간

중봉문학상 대상

2019 가온문학 창작지원금 수혜

 

.

 

페미니스트를 위하여

 

 

김인선

 

 

엉덩이 까는 것

엉덩이를 까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차이

그것은 페미니즘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

애초 인간이라는 포유류라면

남자이기에 당하는 부당함인,

여자만이 지닌 우월한 불변의 권리였던,

점심 먹고 오다가 현장의 옆

쓰레기 매립장과 산단 경계 지점

완충지대의 인적 없는 나무숲에 다다르자

급한 일이 터졌다

오줌 누려 자크 내리다가 문득 든

엉덩이를 홀랑 까고 일 보는

여자의 권리를 누려 볼 참이다

두리번 하고 평생 처음 앉아 쏴를 행한다

기가 막힌,

늘 럭비공 튀듯 종잡을 수 없게 날려

누런 낙진에 오염되던

신발 코와 바지 사타구니가 걱정 없게 깔끔한,

집구석에 있는

낡은 중국산 비데와 비교할 수 없게

자연스럽게 엉덩이 핥는 솔향기 밴 바람

퀴퀴하던 괄약근이 쫄깃해진다

표적 위한 각도가 필요 없는 여자의 위상

태초부터 여자란

이리 편하게 의복 자락 적시지 않을

위생적인 권리를 신에게 부여받았던 것

단지 맘껏 세상 모든 수컷처럼

탈탈 털어내지 못해

값 비싼

하얀 티슈 한 장

꼭 필요하다는 것 이외는

 

 

<평설> 김부회 / 시인. 문학평론가. 수필가

 

시를 살펴보기 전, 먼저 페미니스트의 사전적 의미를 본다.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은 젠더로 인한 모든 차별을 부정하며 성 평등을 지지하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불평등하게 부여된 여성의 지위, 역할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여성운동이다.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현실에서 실천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19세기에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진 여성참정권 운동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시몬 드 보봐르의 저서 <2의 성>의 출간은 현대 여성운동의 기원을 이루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성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일반적인 여성관을 비판하고, 남성과 동등하게 여성의 자기인식과 기회를 넓히려고 노력한다. 또한 모든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다음백과사전 인용

 

풀어 말하면 성적 차별 없는 동등한 남녀 평등주의라 말할 수 있다. 김인선 시인은 시를 매우 능청하고 재밌게 지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거나 해 본 경험이 있음직한 상황을 서술방식으로 풀어놓은 시 한 편 속에서 사람의 군상 중 한 단면을 읽게 되는 희화적이면서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다.

 

엉덩이를 홀랑 까고 일 보는

여자의 권리를 누려 볼 참이다/

 

표적 위한 각도가 필요 없는 여자의 위상/

 

여자의 권리를 누려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속엔 권리 이상의 무엇,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결과 내지는 여성의 의식세계에 대한 탐구열이 녹아 있는 듯하다. 표적 위한 각도가 필요 없다는 말이 과연 여성이라는 삶의 전반에 대한 희화는 아닐 것이다. 글 속에 숨어 있는 배후를 읽거나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는 독자 기준의 새로운 가치 부여를 해 보는 것도 시를 읽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맘껏 세상 모든 수컷처럼

탈탈 털어내지 못해

값비싼

하얀 티슈 한 장

꼭 필요하다는 것 이외는/

 

결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남자보다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것이 여성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시제 페미니스트를 위하여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시인이 하고 싶은 진정한 메시지를 더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페미니스트를 위한 페미니스트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 묘한 구미를 당긴다.

 

무심에서 유심으로 전이, 진화는 시인의 몫이기도 하고, 동시에 독자의 몫이기도 하다. 시는 여러 번 읽을수록 그 맛이 우러나는 시가 좋은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는 물이다> 김부회 평론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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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20 [15:39]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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